양현태

지금부터가 진정한 전성기!

1991년 4월 10일.
부산도시공사 양현태 처장이 입사한 해다. 같은 해 1월 25일 공사가 창립했으니 평생의 고락을 함께해온 것과 다름없다. 그런 그가 올해 6월말 정년퇴직과 함께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한다. 30여 년의 추억과 성장의 기록을 딛고 새 출발선에 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산도시공사에는 어떻게 들어오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_ 80년대 부산시교육청에 입사해 시설과 공무원으로 근무했어요. 당시 공립학교 건물 설계와 공사감독 업무를 수행했었는데, 사실 공사 규모가 작았어요. 교실 한 칸을 증축하는 일 등이었죠. 조금씩 회의감이 들 때쯤, 부산도시공사가 송도 앞바다를 매립해 신도시를 만드는 ‘인공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32살이었는데, 큰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나도 저 일을 하면 큰 업적을 남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공사에 지원하게 됐고 다행히 합격해 새 출발을 할 수 있었어요.

입사 후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어디였나요?

_ 첫 발령을 받은 곳은 건축부였어요. 당시 공사가 정부 200만 호 주택건립을 담당했는데, 그중 학장지구 영구임대주택 공사감독을 맡았죠. 제가 공사에서 최초로 맡은 업무였습니다. 그땐 부장, 과장이 간부고 그 아래는 다 일반직원이었어요. 지금처럼 차장~대리라는 직급이 없었고 다 ‘기사’로 불렀어요. 물론 직급은 없어도 서열은 있었지만요.

당시 감독 업무는 어땠나요?

_ 지금은 감독권한을 대행하는 ‘감리용역’을 많이 주지만, 그때만 해도 공사 직원들이 직접 감독 업무를 했어요. 학장지구 영구임대주택을 지을 당시, 여러 건설회사가 참여하다 보니 총괄하고 감독하는 역할이 더 중요했죠. 설계도면을 보고 제대로 시공하는지, 품질은 잘 지키는지를 전반적으로 다 감독했어요. 철근 배근 검사부터 콘크리트 레미콘 염분 측정까지 전부 다 확인했습니다.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신다면요?

_ 노태우 정권 시절, 주택 200만 호 건설사업 당시 학장1지구, 개금2지구, 화명3지구를 맡았습니다. 이후에는 투자개발단(현재 미래전략실)에서 신사업 발굴을 4년 정도 했죠. 그때 발굴한 것이 정관지구 공공주택 건립사업, 용호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입니다. 2007년에는 건축사업부(현재 주택사업처) 건축사업팀장으로 발령받아서 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정관 추모공원, 문현혁신도시 개발사업 등을 관리했죠.

(왼쪽부터)

이상철, 권영민, 박태연, 양현태,
이상재, 이상훈, 허민지

업무를 하며 뿌듯했거나 벅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_ 아무래도 지역사회단체와 협의해서 진행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은데, 그걸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은 어려워도, 업무를 잘 마무리 지었을 때의 보람이 정말 컸어요. 그중에서도 정관 추모공원을 만들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매일 공원 인근 마을 이장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추모공원이 기피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주민들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했죠. 이런 협의 과정을 통해 서로 조금씩 양보해가며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쾌감은 말로 다 못하는 것이죠.

부산도시공사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요?

_ 처음 발족했을 당시엔 인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직 규모도 커졌고 전문화됐습니다.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사업을 발굴해 나간다는 것이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거의 부산시 대행사업으로 운영되었지만, 지금은 공사 주도의 프로젝트로 자본을 투입해 경영해 나가고 있지요. 앞으로의 공사는 더 기대가 큽니다. 젊고 실력 있는 신입사원들의 강한 맨파워를 믿기 때문입니다.

‘나의 새 출발’은 어떤 모습인가요?

_ 저는 지금부터가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이제야 내 의지가 반영된, 나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3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가 있으니 퇴직 후에도 비슷한 업무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일을 계속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겠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파랑길 750km 완주를 계획하고 있어요.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총 50개 코스입니다. 아직 감포까지 밖에 못 가봤는데 이번에는 꼭 완주해서 저의 새 출발을 기념하겠습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_ 저도 부족한 사람인데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네요.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던 여러 과정과 순간들을 되짚어보게 되네요. 이건 주관적인 생각인데, 요즘 직원들은 자신과 가정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있어요. 자연스러운 거죠. 우리 때야 회사를 우선하는 시대였던 거고, 지금은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한 생각은 매일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는 가족과 다름없다는 겁니다. 사내 취미활동 등 교류를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소통하다 보면 서로 애정을 나누게 되겠지요. 그럼 자연히 공사 발전을 위한 토론도 이뤄지고 공감대도 형성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술자리를 좋아해 이런저런 자리에 많이 동석하는데, 몸은 힘들어도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참 즐겁더군요. 동료들과 더욱 깊게 마음을 나누면 회사생활도 더 즐거워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