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특집 ①

모델 정병석으로 화려한 인생 2막!

정병석 처장
30년간 부산도시공사 정병석으로 사업지를 활보하던 그가 이제 조금 다른 세계로 들어섰다. 평소 공사 패셔니스타이던 그였기에 런웨이를 걷는 상상이 전혀 낯설지는 않지만, 60대를 눈앞에 두고 ‘모델’이라니 대단한 도전임은 확실하다. 시니어 모델로 화려한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정병석 처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산도시공사 창립멤버로 입사해 30주년이 되셨습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91년도에 입사해 벌써 30주년이라니, 세월이 너무 빠르네요. 친구 따라 공무원 시험을 쳤는데 저는 붙고 친구는 떨어졌어요. 허허. 그게 도시공사에 입사하는 계기가 되었죠. 30년이나 공사에 몸 담았으니 직원 입장에서는 감회가 깊고, 퇴직해서 울타리를 떠난다 생각하면 조금 막막한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도 많고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새로운 도전은 무엇인가요?

올 1월부터 시니어 모델에 도전해 8개월 차가 됐어요. 백화점 문화센터 시니어모델 아카데미에서 모델 워킹을 배워 2022 S/S ‘K-TOP 시니어 모델 인 밴쿠버’에 참여했어요. 예선 5위로 본선에 올랐고, 본선 참가자 100명 중 최종 합격자 25명 안에 들어 밴쿠버 패션위크*에 진출하게 됐어요.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패션위크인 만큼, 꿈의 무대를 밟으며 모델 데뷔를 하게 된 겁니다.

* 밴쿠버 패션위크 _ 세계적인 시각과 고도화된 다문화적인 접근으로 2001년 창립 이후 북미에서 두번째로 큰 패션위크로 성장했으며, 뉴욕·런던·파리·밀라노와 함께 세계 5대 패션위크로 알려져 있다.

모델 도전은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요?

공사 재무처장으로 있을 당시, 업체 직원들이 찾아와 ‘젊을 때 연예인 섭외 받지 않았냐’며 ‘시니어 모델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얼마 전 우연히 시니어 모델이 워킹하는 모습을 보게 됐지요. 갑자기 그때 일이 생각나더군요. 백화점 문화센터 시니어모델 아카데미에 찾아가 ‘나는 키도 작고 끼도 없는데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물었어요. 그러자 강사분이 시니어모델은 키가 작고 잘 생기지 않아도 자기만의 매력이 있으면 도전해볼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지요.

나만이 가진 강점은 뭐라 생각하셨나요?

평소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40대에는 10년 정도 마라톤을 뛰고 40대 후반부터는 골프, 50대에는 헬스를 시작해 8년차가 됐어요. 공사에서도 체력 단력실 개설을 제안해 직원들과 같이 운동하기도 했어요. 직원들이 운동하며 다치지 않도록 자세 지도를 한 덕에 ‘비공식 관장’이란 별칭이 붙기도 했었습니다. 헬스를 하니 차츰 근력이 생기고 몸이 보기 좋게 가꿔지니 밖에서도 당당한 느낌이 들어서 참 좋더군요. 50대 후반까지 헬스로 몸을 가꾸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게 제 큰 강점이라 생각했지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떠신지요?

모델이란 직업은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이 고려하기 힘든 분야지요. 내가 먼저 길을 닦아주면 후배들도 좀 더 색다른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에도 옷에 관심이 많고 패셔너블한 옷차림을 좋아하다 보니 친구들은 ‘딱 맞는 직업을 찾았다’고 기대하는 분위기예요. 아들과 며느리도 패션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응원해주고요.

그런데 집사람과 딸은 ‘아빠는 평범하고 모델로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왜 허튼 일을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더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내야겠지요. 하하.

모델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모델 결승 오디션을 서울에서 했었는데, 서울 후보들의 옷이 굉장히 화려하더군요. 저는 너무 평범해 보였고요. 그 뒤부터는 젊은 친구들의 패션 스타일을 유심히 살피고 유행에 맞춰 따라 입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워킹 연습도 최대한 많이 하려 하고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지요?

패션모델 쪽부터 도전해보고 싶어요. 요즘 시니어 세대가 지출이 많다 보니, 시니어를 타겟으로 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고 해요. 그런 만큼 패션모델로 일을 시작해 서서히 더 넓은 분야로 진출해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지금 소회가 어떠신지요? 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가 있으시다면요.

참 즐겁다! 인생 2막을 앞둔 지금, 꿈을 꾸고 도전하다 보니 정말 즐겁습니다. 우리 후배들도 퇴직을 앞두게 되면 새로운 도전으로 2막을 시작해야 할 거예요. 무조건 도전하면 길이 보인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혹시 그 길이 아니라면 멈추고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요. 뭐든 즐거운 일을 찾아 도전해보세요. 두려워하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