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소식

BMC 인터뷰 ①

나무가
되고 싶은
작가

맨발나무 작가 도시재생처 박한동 주임

박한동 주임은 작년 7월 부산도시공사에 입사해 도시재생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새내기 신입사원이다. 입사한지 이제 갓 1년, 그동안 업무 익히고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낸 그에게는 입사 전 특별한 이력이 있다. 색연필로 자연 공간을 그려내는 그림 작가였다는 사실. 캔버스에 따스한 공간을 그려내는 그림 작가와 부산의 도시 공간을 만들어내는 부산도시공사 직원이라는 자리. 다른 듯 닮은 듯한 두 직업 사이에서 긍정적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박한동 주임을 만났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큰 나무처럼
든든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림 작가를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_______    그림 작가가 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시작은 정말 우연이었죠. 대학교 4학년 때 공부를 하려고 집 앞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갔었어요. 카페가 너무 예뻐서였는지 갑자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죠.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작품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림 그리는 시간도 너무 좋았고요. 이후에 카페 사장님과 친해지게 됐는데, 그때 그림을 선물로 드렸지요. 그런데 몇 개월 뒤 카페 사장님이 전화가 와서 카페에 그림을 더 걸 수 있는지 물어보셨죠. 그 일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된 셈이지요.

그림이 알려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_______    카페에 그림을 몇 점 채우다보니 서울에서 열리는 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가해보고 싶어졌어요. 개인 부스에 전시를 해야 하니 그림이 더 많이 필요했죠. 원래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2~3주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일정에 맞춰야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작품씩 찍어내듯 정말 열심히 그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기회를 잡아 페어에 참가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고, 당시 행사에 참가한 바이어, 업체들과 협업 계약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9년도부터 양지사와 기업은행 캘린더 등의 작업을 하고 있고, 지금은 그림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림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시던 중
공사에 입사하셨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_______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갖다보니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컸는데 사실 저도 그림으로 평생 밥벌이를 할 자신이 없었지요. 그때부터 취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게 됐어요. 대학 때 전공한 도시설계와 건축 분야를 살려 기사 자격증도 따고 전공 지식을 살릴 수 있는 부산도시공사에 지원하게 된 것이죠. 지난 해 정말 운 좋게 합격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작가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일과 그림의 균형
어떻게 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_______    사실 입사 후 1년 동안은 그림을 전혀 못 그렸어요. 바쁘다보니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거든요.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겨 다시 시작해볼까 싶어요. 사실 작가로 활동할 때는 그림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 같아요. 너무 좋아했던 그림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죠. 공사에 입사한 지금은 오히려 그림을 대하는 제 마음이 훨씬 편하고 가벼워졌어요. 경제적인 부담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취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일과 취미의 균형을 잘 맞춰가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그림 작가 활동명이 맨발나무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_______    제가 19살 때까지 다녔던 시골 교회가 있어요. 교회가 산속에 있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려 맨발로 숲을 걸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두 발로 서서 흙을 밝고 있으면 저도 나무가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물을 머금고, 싹을 틔워서 열매를 피워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요. 그때를 떠올리며 ‘맨발나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그림을 매개체로 사람들과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커다란 나무가 되고 싶은 것이 제 꿈이기도 하고요.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_______    나무를 좋아해서 주로 그리는 소재도 나무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주제로 자연을 그리는데요, ‘아주 큰 나무’와 ‘아주 작은 내’가 구도의 중심입니다. 이런 구도 덕분에 그리는 저도, 보는 분들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림 도구는 색연필이 전부예요. 그림을 전공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도구는 잘 모르기도 하고, 제가 생각하는 선을 가장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도구가 이 색연필이죠. 거의 한 가지 색으로 단면을 칠하고 음영도 거의 넣지 않아 깊이감과 질감이 적은 것이 제 그림의 특징인데요, 이런 단순한 그림체가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 그릴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떠올리시나요?

_______    어릴 적 교회에서 본 숲의 기억들이 영감을 줄 때가 많아요. 그때 본 자연의 기억과 그 속에서 느꼈던 편안한 감정이 작품 속에서 표현이 되지요. 어떨 땐 가만히 눈을 감고 고요하게 있으면 어떤 장면이 필름처럼 쓱 스쳐갈 때가 있어요. 그 장면을 그리기도 하고 예쁜 나무가 있는 시골마을이나 식물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올 때도 있지요. 사진 속 나무에 저만의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_______    버드나무가 그려진 그림이에요. 제가 처음 그린 나무 그림인데 지금 보면 좀 투박하지만 지금 이 그림을 똑같이 그리라고 하면 못 그릴 것 같아요. 가장 순수할 때의 제가 그린 그림이라 그때의 제 감정이 자연스럽게 다 녹아 있거든요. 지금의 저는 그때보다 스킬이 조금 더 늘었을지 몰라도 순수함을 흉내 낼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_______    대학 때 ‘헤비타트’라는 벽화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당시 봉사자들이 제 그림 도안으로 다 같이 벽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었어요. 20~30명의 봉사자들이 다같이 제 도안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뭉클한 감정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제 그림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를 바랐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림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어가는 대화요. 그날 그곳에 있었던 봉사자들도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렸을 거라 생각해요. 그 이야기가 그림에 그대로 담겼을 것이고요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_______    세 가지가 있어요. 내년 캘린더를 만드는 것. 진행 중이던 그림책 출간을 마무리하는 것. 당장은 어렵겠지만 몇 년 후에는 개인전을 열어 제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부산도시공사에서
어떻게 성장해가고 싶으신가요?

_______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서툴지만 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부산도시공사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큰 나무처럼 든든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