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풍경
농사짓고 고기 잡던 마을에 불어든 개발과 성장의 바람
사실 강서가 부산에 속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원래 김해였던 강서는 1978년 부산직할시 북구로 편입되며 부산시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금관군, 김해소경, 김해부, 금주군, 금주현, 김해도호부, 김해군으로 불리던 시간이 길어서일까. 웬일인지 강서는 부산보다는 김해에 더 가까운 변방의 도시였다. 실제로도 강서는 오랜시간 논밭과 강이 있던 전형적인 농촌이자 강촌마을이었다. 비옥한 평야를 기반 삼아 쌀과 대파 농사를 짓고 낙동강에서는 고기와 갈미조개를 잡던 자연 그대로의 마을, 그곳에 개발의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은 2003년부터였다.
당시 부산의 개발제한구역이 본격적으로 해제되면서, 한순간 개발의 시선이 태풍처럼 감겨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서구는 부산시 총 면적의 23.6%(182.1㎢), 부산에서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진 광활한 기회의 땅이었다. 거기에 평지지형의 강점까지 갖춰 어떤 미래의 청사진이든 그려낼 수 있는 꿈의 도시이자 장차 부산의 미래를 짊어질 스타급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드디어 2006년, 부산신항 개항과 함께 신호일반산업단지, 명지오션시티 등이 조성되며 변화의 신호탄이 타올랐다. 인근 부지로도 개발은 계속 가속화되었다. 드넓은 대지 위로 길이 생기고 건물과 공장이 차곡차곡 블록이 쌓이듯 줄지어 대지를 메웠다. 그렇게 비로소 강서구의 청사진이 수면 위로 온전히 떠올랐다. 부산 지역의 산업과 경제를 펌프질하고 이끌어갈 뜨거운 심장, 부산 대표 산업단지로의 면모였다.
산업단지로 새롭게 발돋움한
江西 강서첫 삽을 뜬 이후 강서구 내 산업단지의 개발은 쉼 없이 계속 되어 왔다. 조성된 산업단지만도 10여 개. 녹산국가산업단지, 부산과학산업단지, 신호산업단지, 화전산업단지, 미음산업단지, 성우산업단지, 생곡산업단지, 국제산업물류도시, 강서보고산업단지, 풍상산업단지, 지사2산업단지 등이 마치 경주하듯 탄생의 배턴을 이어받아왔다.
부지를 일군 대규모 산업단지는 기업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1999년 입주를 시작한 녹산국가산업단지는 2002년 준공 후 기업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며 2010년 기준 1,500개사를 돌파했다.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까지 속속 부산으로 돌아오며 강서구는 그야말로 영남권 최대 산업 클러스터로 급성장해갔다.
그리고 그 거대한 성장 속에는 사람이 있었다. 산업단지는 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조용하고 느리던 대지가 산업단지로 재탄생하며 부산에서 가장 바쁘고 시끌벅적한 땅이 되었을때,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는 사람을 모은다. 저마다의 미래를 꿈꾸며 모인 사람들은 일을 통해 삶의 지지대를 마련하고, 이를 동력 삼아 산업단지를 움직인다. ‘부산산업을 일으킬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강서는 이제 ‘부산사람들의 꿈을 이뤄줄 기회의 대지’가 된 것이다.
도전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모이게 마련이다. 강서구는 산업단지의 증가만큼 인구수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2005년 4만 5천여 명에 불과하던 강서구 인구는 2023년 14만 2천여 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산지역 전체 인구가 363만 8천여 명(2005년)에서 329만 5천여 명(2023년)으로 9.4%가량 감소한 것만 보아도 이는 괄목할만한 수치다. 10년간 부산지역 평균연령도 40.9세(2013년)에서 46.2세(2023년)로 전 지역 높아진 반면, 강서구만 유일하게 42.1세(2013년)에서 39.7세(2023년)로 낮아지며 젊은 도시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서구 지역 내 총생산(GRDP) 역시 12조 7,867억 원(2020년 기준)으로 부산시 전체 GRDP의 약 15%, 16개 구·군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해운대구보다도 4조 4,800여억 원이나 많은 수치로 단연 압도적인 총생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 내 자동차 부품, 선박 부품 등 고부가 가치 산업이 활발한 덕분으로, 그야말로 강서구는 부산산업의 진정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부산도시공사가 조성한 국제산업물류도시, 화전·미음·생곡 산단
강서구가 부산산업의 강철 심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산도시공사의 역할도 컸다. 공사가 건설한 산업단지인 국제산업물류도시, 화전산업단지, 미음산업단지, 생곡산업단지가 인근 산단의 혈류를 잇는 동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산단으로 국제산업물류도시를 꼽을 수 있다. 부산신항 배후부지에 위치해 있어 항만·공항·철도·도로·하천 등 물류 네트워크상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
그보다 앞서 강서구 일대에 조성된 산업단지로는 화전산업단지, 미음산업단지, 생곡산업단지가 있다. 화전산단은 공사 최초로 조성한 산업단지로 태웅, LS산전, 강림CSP, 태광 등 굴지의 기업들이 자리해있어 산단 총생산량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위치한 미음산단은 사물인터넷, 게임, 핀테크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생곡단지는 대규모 자원순환특화 단지로 강서구 산업 벨트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명지 1·2동
강서지역 산업단지의 성장은 서부산권 핵심 배후 주거단지가 모인 명지동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산업단지 개발로 공장과 물류 부지만 가득했던 강서구 인근에 기업 근로자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한 땅이 바로 명지였다. 파밭이던 대지는 점차 아파트 단지와 기업 입주 시설, 정주시설 등으로 변모되어 갔다. 이후 만 명이 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거도시로 거듭나며 명지는 새로운 탄생을 알렸다. 당시 인근 기업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개발로만 일컫기엔 부족했는데, 일만 있던 공간에 따뜻한 일상과 삶을 가져다준, 완벽한 도시의 탄생이었다.
원래 하나였던 명지동은 가파른 인구증가로 2018년 1·2동으로 분리됐다. 명지 1동과 명지 2동은 르노삼성대로를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나뉜다. 르노삼성대로 북쪽 국제신도시가 명지 1동이 되고, 남쪽 오션시티는 명지 2동이 됐다. 명지 2동, 명지오션시티는 매립지인데다 철새도래지와 김해국제공항이 가까워 초기에는 개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입주가 시작된 2008년 이후로는 안정적인 주거지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철새보호와 항공기의 이·착륙 고도제한으로 인해 아파트들의 높이가 모두 5~15층 사이로 나지막해 굉장히 아늑하고 고즈넉한 주거지의 인상을 준다.
그에 반해 지금도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명지 1동, 명지국제신도시의 면모는 조금 더 화려하다. 복합쇼핑센터 스타필드와 함께 무수한 고층 아파트들이 빌딩숲을 이룬다. 강서구의 핵심지역으로 손꼽히는 만큼 주거, 업무, 상업, 교육, 문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도 풍부하다. 국회도서관·현대미술관·대형호텔 등 문화·예술·관광 인프라,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등 사법 인프라, 대학병원의 의료 인프라, 영국·미국의 명문사학 등 교육 인프라까지 이미 조성되었거나 추진되고 있어 명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리새 수변공원은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조성된 조만강 인근 수변공원으로 지역주민과 근로자의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위치 : 강서구 범방동 1-13번지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