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백산상회를 설립해 독립운동의 숨은 혈맥을 이어간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안희제 선생이다. 그는 백산상회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김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에게 전달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 결연한 의지와 신념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백산기념관은, 소박하면서도 견고한 외관이 안 선생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기념관 내부를 둘러보면, 백산상회의 상업 활동을 통해 모은 독립운동 자금 기록이 정성스럽게 보존되어 있다. 기록들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나라를 되찾기 위해 치열했던 울림을 전한다. 특히 마당에 서 있는 모과나무는 안희제 선생이 생전에 특별히 아끼며 후손들에게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1999년 그의 생가에서 옮겨져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마치 단단한 모과가 깊은 향기를 품듯, 백산기념관에는 선생의 정신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겪어낸 부산. 그 격동의 시절을 온몸으로 품어낸 곳, 부산근현대역사관이다. 이 건물은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설립돼 식민 수탈의 기지로 사용, 해방 이후에는 미국 해외 공보처 부산문화원으로 각각 활용되었다. 침략의 아픔을 간직했던 만큼 부산시민들은 지속적으로 건물 반환을 요구했고, 마침내 1999년 부산시가 인수, 2003년 개관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독립운동의 흔적부터 한국전쟁과 경제 부흥기를 거쳐 근현대를 살아낸 시민들의 삶과 저항의 이야기를 생생히 담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물과 체험 공간은 부산의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대한민국 임시수도로서의 부산 시기를 비중 있게 다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대청로를 지나 임시수도기념로로 발길을 옮기면, 웅장한 석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내에 자리한 부민석당박물관은,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세운 행정 관청으로 처음 지어졌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부산이 임시 수도로 지정되면서, 이곳은 중요한 역사적 상징을 지닌 장소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부산이 맡았던 정치적 역할과 피란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료들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3층에는 1920년대 경남도청으로서의 시작부터 1950년대 임시수도 정부청사로서 역할에 이르는 역사적 기록을 섬세하게 보존하고 있다. 전시된 자료와 유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부산이 임시 수도로서 맡았던 중대한 역할과 당시 시대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
붉은 벽돌과 잘 가꿔진 정원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임시수도기념관. 약 75년 전,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 수도로 지정된 부산에서 대통령의 거처로 사용되었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했다. 기념관 내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응접실이 충실히 복원되어, 국정 운영과 외교 업무가 이루어지던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한편, 내실, 거실, 손님방, 식당, 부엌 등 생활공간은 소박했던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설전시실은 한국전쟁의 발발과 피란민들의 생활상, 임시수도 부산의 정치·경제·문화적 변화를 한눈에 담아낸다.
임시수도기념관은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가의 중심을 지켜낸 숭고한 역사의 현장을 생동감 넘치게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