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오후, 공원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여유와 행복이 가득하다. 한 손에는 돗자리, 다른 손에는 먹거리를 야무지게 챙긴 이들이 느긋한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바로 공원 중앙에 위치한 드넓은 잔디광장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피크닉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원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 중 하나이다.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끄는 부부, 돗자리에 누워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커플, 간식으로 가득 채운 가방을 메고 소풍 나온 아이들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어우러져 있지만 이들의 목적만큼은 동일해 보인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쉼을 가지는 것.
푸른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잔디광장을 부유하는 평온한 기운을 마주한다. 고단했던 하루가 이곳에서는 그저 흘러가는 바람처럼 느껴질 뿐이다.
가족 친화적인 공원답게 공원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잔디광장 옆 카페테리아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놀이시설이 눈에 띈다. 뭉게구름을 모티브로 만든 부드러운 천 위에서 하늘에 맞닿을 듯 뛰노는 아이들. 데굴데굴 굴러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진무구한 모습이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하다.
자연체험 놀이터에서는 동화 속에서나 만나 보던 오두막집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꿈에서만 그리던 환상 속의 집에서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신나게 놀 수 있다. 오두막 꼭대기에 올라 친구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세상의 끝자락에 닿을 듯 우렁차다.
즐거움을 따라 걷다 보면 알록달록 빛깔이 산란하는 오색찬란 물방울 타워가 보인다. 땀방울을 흘리며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발하던 어린 날의 뜨거운 열정을 떠올려 본다.
1910년 이후, 일본과 미국 등 이방인의 땅으로 이용되었던 100여 년. 상실의 시간은 흔적을 남긴 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기억의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야리아 부대의 나무 전봇대를 재활용해 만든 기억의 기둥이 높이 솟아 있다. 길게 뻗은 기억처럼 키를 늘어뜨린 기둥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오늘의 흔적을 확인하고, 뼈아픈 어제를 잊지않겠다는 다짐을 엿볼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사와 정처 없이 흐르는 삶이 녹아든 기억의 숲에는 하야리아 부대에 남아있던 90여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시간의 물결을 따라 존재한다. 나무가 빼곡한 숲은 시민들에게 최고의 녹음과 휴식을 선사하지만, 나무가 불려 온 숲의 몸집만큼 역사의 아픈 기억도 함께 뿌리내렸다.
잃어버린 100년의 세월을 딛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공원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바람이 남아있다. 그리하여 이곳은 더욱 아름답고, 여전히 애틋하다.
국민 캐릭터 뽀로로가 반갑게 맞이하는 지식의 배움터, 어린이 도서관. 책을 멀게만 느끼는 아이들도 뽀로로와 함께라면 자연스레 웃음 짓는다. 돔 형태로 이루어진 내부에는 뭉게구름이 가득 피어나 있고, 포근한 분위기속에서 아이들은 편안하게 책을 즐긴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샘솟는 이곳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선물한다.
공원 동편으로 깊숙이 들어서면 일렁이는 햇살 넘어 고요히 자리한 어른들의 쉼터, 숲속 북카페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그 순간, 바람에 실려 온 나뭇잎 소리가 글자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듯하다. 공원의 고즈넉함과 책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분주한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완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부산시민공원에서는 일상 속 특별한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평일 문화 교실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 체험 프로그램까지, 하루하루 모두의 여가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이 외에도 공원에서는 매번 다채로운 전시와 축제가 이어진다. 문화예술촌 갤러리와 다솜 갤러리에서는 예술 전시가 열리며, 계절마다 공원 일대에서 부산시민연극제, 열린콘서트, 박람회 등 다양한 축제가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 곳곳의 나무, 풀, 곤충을 관찰하며 생태 해설을 듣고,
숲속에서 자연물을 이용해 창의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화분을 만들어 식물을 심고, 식물 관련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등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미니 정원을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오카리나, 생활건강체조, 라인댄스, 자연명상요가 등 자연 속에서 힐링을 즐기고 일상적 문화를 즐겨볼 수 있는 프로그램
금속, 섬유, 레진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공예 체험을 즐기며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